[위자드팩토리] XouClock

수호천사 1 by onyxknight




  나는 천사다. 그것도 죽은 사람들을 거두어 올라가는 일을 하는 하급 천사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루에도 수백 번씩 오르내리다보니 죽을 지경이다. 나는 정말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돈이 없어 죽은 사람, 사랑이 변해 죽은 사람, 가족이 죽어 죽은 사람, 외로워서 죽은 사람 등등. 사연이 딱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참 슬프다. 다른 친구들은 잘도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슬퍼서 가슴이 아프다. 나는 살아있을 적에 무엇 때문에 죽었을까 궁금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가 왜 천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천사라는 것에 대한 이상 때문에 지원한 것이겠지만 기억이 지워진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고역스러운 일을 택했는지는 도통 알 수 없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천사에게 사표는 없다. 신성한 서약은 내가 관두고 싶다고 취소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참고 하는 수밖에. 그러다 시간이 가면 나도 천국의 문지기가 되든지 아니면 심판대에 올라설 영혼들의 줄을 세우는 일이라도 하게 되겠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수호천사다. 일전에 공사중이던 건물이 무너진 곳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 수호천사를 보았다. 내가 죽은 사람들을 불러모을 때 그는 그 거대한 날개로 어떤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굵은 철근 뭉치가 무너지다 만 건물 벽에 걸쳐 있었는데 날개가 그 중심을 떠받들고 있었다. 왜 그 사람을 보호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 때부터 나도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사실 수호천사는 꽤나 오랫동안 일한, 게다가 능력 또한 출중한 천사들이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와닿는 것을 느끼면 천사의 주인님의 승인을 통해 그 사람의 수호천사가 된다고 하는데,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렇지만 일에 치이는 하급 천사인 내가 수호천사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죽은 사람을 인도하는 일, 흔히 말하는 견습과정이 끝나고도 내가 거쳐야 할 것은 많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가는 것이다. 대천사들 중에서도 수호천사 경험이 없는 자들도 많다. 정말이지 내가 꾸는 꿈은 꿈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죽은 영혼을 찾아 땅으로 내려온다.
 죽은 영혼을 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담당관에게 목록을 받는 경우도 있고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나의 직감으로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아직 그렇게 직감이 발달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어디선가의 죽음을 느끼고 있다. 곤란한 것은 죽는 사람의 감정이 어느 정도 나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직감적으로 찾는 죽음은 거의 대부분 자살이다. 그것은 꽤나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데 왜냐하면 언제 그런 불쾌한 감정을 느낄지 몰라 조마조마하기 때문이다. 정말 나는 살아있을 때 어떤 사람이었을까.
 천사들은 태초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우리의 주인님과 몇 명의 높으신 분들이 의기투합하여 이 세상을 만들어내고 이것저것을 더 추가하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관리가 어려움을 깨닫고 죽은 영혼들 중에 천사를 선발한 것이다. 아주 초창기에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천사였다고 하는데, 물론 말도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랬다고 한다. 대신 그때는 우리처럼 복잡한 행정업무 대신 세상을 징벌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그 천사들은 지금 천국 어딘가에 갖혀 있는데 또 모르는 일이다. 지금처럼 발달한 시대에도 높으신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확 풀어놔 버릴지도.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능하신 분들이 왜 우리나 그런 괴물들을 만들어서 세상을 관리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마 내가 없이도 세상이 잘 돌아가도록 그만큼 똑똑한 피조물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도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입이지만 내가 봐도 세상은 참으로 말썽이다. 전에도 한 번 전령천사가 어디론가 내려가서 계시를 전파했다고 하는데 세상은 변함이 없었다. 그 계시란 것이 기껏해야 똑바로 살라는 것이겠지만서도 도통 사람들은 눈앞에 광채에 싸인 천사가 나타나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해도 그것을 듣지도 믿지도 않는다. 심지어 허리에 긴 칼까지 차고 나타났는데도! 나라면 처음부터 내 말을 잘 듣는 피조물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담당관에게서 받은 목록에 나와있는,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그곳은 큰 병원이었는데 병원 입구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자살이었다. 전쟁터에서의 정신적 충격으로 입원한 군인이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병실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시체가 있는 곳으로는 가지 않았다. 보고 싶지도 않았고 내 소관도 아니었다. 병원 창틀에 그 군인이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죽었는지 알지 못하고 또 창틀을 밀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나는 날개를 퍼덕이며 군인을 받아냈다. 군인은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봤다. 깊은 두건을 눌러써서 내 눈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난 그의 얼굴을 보았다. 왼쪽 관자놀이부터 턱까지 길게 흉터가 나 있었다.

 "농부!"

 군인이 소리쳤다. 아마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한 암호 정도나 되겠지.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애처롭게 소리쳤다.

 "우리 중대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는 세차게 몸부림치며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천사의 완력을 이길수는 없었다. 그는 계속 내 팔을 밀치며 소리쳤다.

 "야간기습이다! 중대에 알려야 해. 젠장, 무전기는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크게 날갯짓을 하여 병원 옥상을 순식간에 지나 탁 틔인 하늘로 올라갔다. 군인은 아래를 보고 흠칫 놀랐다.

 "공중침투 임무가 있었나? 여긴 어디지? 북한인가?"

 나는 그가 뭐라고 떠들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올라갔고 그는 잠잠해졌다. 나는 그 말고도 옮겨야 할 사람이 한참 남아 있었다.

 "제가 죽은 게 맞죠?"

 그가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죽은 걸 알았는데 죽은 게 맞다고 대답해 주는 것도 이상했다. 그는 환자복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편지가 없네. 그 놈 애인한테 전해주기로 한 건데. 이제 죽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군인이 허탈하게 말했다. 아마 죽은 동료가 애인에게 남긴 유품을 대신 챙겨준 모양이다. 그렇지만 끝내 전해주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한 것이겠지.

 "죄송한데 그걸 전해주시면 안될까요? 제 동료가 꼭 전해달라고 한 건데, 이렇게 그냥 올라가서 만나게 된다면 아마 구름 위에서 다시 뛰어내려 죽고 싶을 겁니다."
 "산 자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저도 죽고 제 동료도 죽은 사람 아닙니까. 그냥 편지만 전달하면 되는 겁니다. 제 환자복 오른쪽 주머니에 있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더이상 말하지 못하게 날개를 휘저어 더욱 세차게 올라갔다. 구름을 뚫고 올라가자 죽은 영혼들을 인계받는 천사가 등에 커다란 칼을 교차로 차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군인을 넘겨 주었다. 그 천사는 팔을 뻗어 군인의 어깨에 두르고 그를 영혼들이 기다랗게 서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군인은 걸어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서있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아까 그가 떨어져 죽은 곳에 가니 사람들이 시체를 들것에 옮기고 있었다. 나는 시체를 덮은 담요 밑으로 손을 넣어 편지를 꺼냈다. 마치 땅에 묻었다가 꺼낸 것처럼 편지봉투는 지저분했다. 과연 이런 일을 해도 되는 걸까. 나는 날갯짓을 하여 사람들 틈을 쏜살 같이 빠져나갔다. 일단은 이것을 넣어두기로 하자.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도 될 일이었다. 괜히 인간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